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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프랑스 서부의 숨은 보물 브르타뉴 ① / 사람 키보다 더 큰 장화 모양의 조형물 옆에 토마토와 바질, 옥수수 등 다양한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imazine] 프랑스 서부의 숨은 보물 브르타뉴 ①

(낭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역은 바다 건너 영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왔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독립해 존재해 오다 1532년 프랑스에 합병됐다.

그간 파리나 프로방스 등 유명 관광지에 가려져 여행지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곳이었지만, 최근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낭트에서 만난 스팀펑크의 신세계

프랑스 서부 낭트는 전설적인 SF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이다.

지금은 페이드라루아르의 주도(州都)지만, 켈트족의 후손이 세운 브리타니 공국의 주도였다.

브르타뉴 공작의 성이 낭트에 있을 정도다.

낭트는 최근 버려진 조선소를 재생시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등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루아르강 하구의 독일군 U보트의 공장이 있던 생나제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조선소 부지를 재생해 만든 거대한 놀이공간 마신 드 릴의 코끼리 [사진/성연재 기자]

"뿌우우∼"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면서나 들었을 법한 동물 울음소리가 났다.

낭트를 가로지르는 루아르강 가운데 섬에 조성된 체험 놀이공원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을 찾았을 때였다.

사람을 등 위에 태운 채 기계로 움직이는 인조 코끼리가 울부짖는 소리다. 서둘러 가 보니 매표소 앞에서 산더미만 한 코끼리 한 마리가 네 발을 움직이며 걷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아무래도 둘러볼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일행의 양해를 구하고 혼자 마신 드 릴로 왔더니 이런 행운을 맞았다.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보던 것과 달리 실제 코끼리가 움직이는 장면을 보니 압도되는 느낌이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화를 통해 보다가 실제 맞닥뜨린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파트 5층 높이의 이 코끼리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네 발에 모두 의존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를 지탱하는 지지대 겸 바퀴가 있는 데다 뒤쪽에는 거대한 동력부가 있다.

실제로 움직이는 곤충 모형을 타는 어린이들 [사진/성연재 기자]

그러나 네 발이 따로 움직이며 눈과 코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코끼리가 움직일 때마다 코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찌감치 코끼리에 올라탄 어린아이들은 신이 난 채 펄럭거리는 코끼리 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도 싱글벙글 웃으며 사진을 찍기 바빴고, 코끼리에 올라타지 못한 어린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부모 손을 붙잡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루아르강 가운데 섬에 조성된 체험 놀이공원 마신 드 릴 [사진/성연재 기자]

거미, 나무늘보, 카멜레온 등을 세밀하게 구성한 기계 갤러리 또한 인기 만점이었다.

이 공간은 스팀펑크(Steampunk)의 향연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매력적인 예술작품들이 놀이기구로 재탄생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곳이었다.

누구나 기억하는 만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스팀펑크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거대한 성이 증기기관의 힘으로 공중에 떠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력의 놀라운 산물이다.

스팀펑크는 SF의 하위 장르로, 18∼19세기 활약한 증기기관이 가솔린과 디젤 발전으로 넘어가지 않고 21세기까지 계속 발전한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낸 작품을 의미한다.

SF적인 기술적 요소와 환상적인 요소가 도입됐다고 보면 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쥘 베른(1828~1905)도 스팀펑크 작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수증기를 내뿜는 놀이기구 [사진/성연재 기자]


쥘 베른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 이곳 낭트다.

낭트에는 쥘 베른의 상상력을 이어받은 걸출한 공간이 있다.

프랑스에서 6번째 큰 도시였던 낭트는 한때 조선업이 발달했지만, 조선업이 몰락하자 이 공간을 예술과 접목해 새 생명을 불러일으켰다.

가만 보니 이 섬 전체가 하나의 스팀펑크 신세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목마도 마찬가지. 회전목마들이 여러 층에 가득한 '바다 세계 회전목마' 건물로 올라갔더니 이것 또한 예술이다. 이 기구는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예술가들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상상 속의 동물들을 사람들이 탈 수 있는 모양으로 재현했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그 조형물 위 또는 내부에서 타고 즐겼다.(엄밀히 말하면, 목마는 아니다) 심지어는 증기 배 모형에서는 수증기도 뿜어져 나올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돼 있었다.

증기 배에 올라탄 어린이의 눈은 증기가 내뿜어져 나오는 굴뚝에 고정이 돼 있었다.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작물을 음식 재료로 활용한다. [사진/성연재 기자]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섬을 극상의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켜 놨다.

이곳 전체가 조선소 재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느낌이다.

다른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옛 바나나창고 주변에 세워진 레스토랑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바로 옆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작물을 음식 재료로 활용한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장화 모양의 조형물 옆에 토마토와 바질, 옥수수 등 다양한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레스토랑이 커지면서 텃밭 이외의 농장에서도 음식물을 조달하게 됐지만, 상징적인 의미로 텃밭에서는 농작물을 계속 재배하고 있다.

◇ 여행에서 웬 지속가능성 이야기냐고?

구대륙의 완벽한 재생 모델을 본 느낌이다.

예전부터 출장과 여행을 통해 미국을 오가며 느낀 점 한 가지는, 그들은 너무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번 써도 될 듯한 멀쩡한 플라스틱 용기가 일회성 용기로 한 번 쓰인 뒤 버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제 전 세계가 일회용기를 쓰며 지구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 탓만 할 순 없게 됐다.

낭트 시내에 조성된 22㎞의 초록선을 따라가면 100여개의 주요 관광지를 만날 수 있다.[사진/성연재 기자]

그간 바쁘게 살아오며 경제 성장 위주의 삶만 살아온 우리 지구인들은 이제부터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고민을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이번 낭트 여행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계기를 심어줬다.

낭트는 친환경적인 다양한 노력 덕분에 2013년 유럽연합(EU)이 매년 선정하는 '유럽 그린 캐피탈'에 뽑혔다.

낭트가 그린 캐피탈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시민들이 57㎡의 녹지공간을 향유하고,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도심에 있다는 점, 15%의 거주자들이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는 점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심에서 시민들이 공유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전거가 움직이는 데 문제없도록 자전거길이 잘 마련돼 있었고, 차량 운전자들도 위협적으로 운전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낭트 도심에는 다양한 여행 요소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그린 라인'(Green Line)이 그어져 있다.

고대 성에서부터 독특한 외형의 상점과 특이한 예술 시설까지, 낭트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한 도보여행 가이드라인이다. 이 라인을 따라가기만 하면 낭트의 매력들을 모두 볼 수 있다.

ㅡ[연합뉴스]ㅡ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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