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5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 소송에서 승소한 수험생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기쁨을 표시했다.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올해 11월 18일 치러진 수능에서 이 과목 20번 문항에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등 결국 문제를 풀 수 없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보고 정답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백모(21)씨는 연합뉴스에 "평가원에서 항소를 안한다고 하니 이제 기다리는 스트레스가 사라져 홀가분한 기분"이라며 "이번 과정을 통해 잘못된 일에 대해 가만히 넘어가지 않고 권리를 찾으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또한 "평가원이 앞으로 (수능 출제를) 개선하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함으로써 후배 수험생들이 나아진 환경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소송에 참여한 수험생들은 소송 과정에서 이번 문항의 문제점을 쉽게 설명하고 카드뉴스를 제작하는가 하면 국내외 교수, 연구자 등에 이 문제를 알리고 의견을 수집하는 등 '집단 지성'을 발휘해 대응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응시생 임모(20)씨는 "평가원 쪽 주장이 말이 되지 않았는데 공정한 판결이 나와 정말 다행이다"라며 "혼자였으면 못했을 텐데 동료 수험생들이 힘을 합해 (출제오류) 근거를 찾아나갈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임씨는 "원하는 대학에 꼭 붙었으면 좋겠다"고 남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승소를 이끈 법률대리인인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응시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맡았다. 김 변호사는 한약학과를 졸업한 한약사 출신이다.
그는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를 덮으려고만 하는 평가원에 대해 집단지성으로 힘을 합쳐 저항한 학생들의 승리"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보람 찬 2주를 살았다. 같이한 학생들이 양심과 정의는 살아있음을 기억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평가원은 문제출제, 검토, 채점, 이의신청 및 처리까지 모두 내부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며 진실을 외면했다"며 "평가원과 관련 학회 전문가들의 내부적 이해관계와 자문에 대한 불공정한 해석 등은 앞으로 조사해야 할 감사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출제 오류를 처음 공개적으로 지적한 손경호 이투스 과학탐구 생명과학 강사는 "학생들이 굉장히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며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피해자인데 판결로 심적 고생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 강사는 "이 정도까지 일이 커질 필요가 있었나 싶고 평가원이 정답 확정 발표 때 인정했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라며 "소송과정에 언급된 '정상적인 학생들의 풀이 방식'이란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조금 더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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