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행위? [신평 교수] 변호사 칼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하였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여권에서는 거친 입을 동원하여 ‘배신자’ 따위로 비난한다. 도대체 최 원장이 무엇을, 누구를 배신했다고 하는 것인가? 최 원장은 자신이 나서서 좀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우리 국민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들이 최 원장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마 그가 이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해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원장이 감사원장으로 뽑힐 때 언론의 일각에서 나도 그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 되어있음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최 원장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감사원장을 지냈는가? 아니면 문재인 씨를 두령으로 하는 사적 이해집단의 감사원장을 지냈는가?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강성친문들은 전자와 후자를 착각하며 억지를 부린다. 감사원장이건, 검찰총장이건, 혹은 법무장관이건 국가의 공직을 맡은 이가 조금 더 큰 포부를 펴서 국리민복을 꾀하겠다고 보다 넓은 무대로 나오는 것은 하등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이를 비난하는 자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다.
오늘 최 원장은 제헌절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정계입문하고 나서 첫 발걸음인 셈이다. 그런데 그는 헌법이 대통령과 헌법 기관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았다고 하였다. 이 말에 헌법학자로서 약간의 이의가 있다.
한국에서 통치행위는 대통령의 행위 일반을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가 누구를 ‘통치’한단 말인가? 그리고 과거부터 내려오던 통치행위라는 말에는 군주나 대통령의 행위에 사법심사의 손이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있다. 그런데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헌법이론은 대체로 이러한 개념을 벗어나려고 한다. 단어도 ‘통치행위’에서 ‘정치행위’로 바꾸고, 이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시사항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에서 최 원장을 힐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최 원장은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법학자는 아니고 더욱이 헌법학자가 아니니, 과거의 기억에 따라 통치행위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내가 문제삼는 것은 이 정부의 핵심을 이루는 강성친문 혹은 운동권세력 출신 인사들이 ‘통치행위’나 권력분립의 원리를 부정하는 용어들을 무분별하게 쓴다는 점이다. 요즘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적통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열심히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독재세력을 미워하고 거기에 저항하며 청춘을 보내었으나 어느 샌가 그 독재세력의 논리에 물들어있다. “몬스터가 몬스터를 낳는다.”는 말에 따라, 그들은 그토록 싫어하던 자의 정신적 자식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보면, 최 원장을 배신자라고 규탄하는 그들의 인식세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시골에 쳐박혀 사는 촌부가 이렇게 할 말이 많아서는 안 된다. 잘 안다. 그럼에도 성질이 올라올 때는 불평이라도 한마디 해야 마음이 풀린다. 그러나 내가 그처럼 모질게 남을 몰아치고 할 나이는 훨씬 지났음을 잘 안다. 최근 어떤 이는 날보고 “왜 조국 교수를 그토록 가혹하게 비난했느냐?”고 하였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조 교수가 ‘정의부’(The Ministry of Justice)인 법무부의 장관으로는 그가 가진 흠결로 미루어 적당치 않으니, 후보직을 내려와 잠시 자숙의 기간을 가진 뒤 다시 나옴이 옳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아마 조 교수가 내 말을 따랐다면 그는 지금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통령후보로 부각되어 있을 것이고, 또 내년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무척 높았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쓰는 시이다. ● 해원(解冤)
돌이킬 수 없는 서러움이 한 번씩 휘감을 때 비관의 깊은 늪이 헐떡인다 끝나지 않은 생 숨이 차 존재의 근거를 잡으려 하나 가없는 하늘가 잠자리되어 머쓱하게 원을 그릴 뿐이다 백일홍 꽃그늘 아래 무심히 앉은 여름 소리 아닌 소리로 해원(解冤)의 노래 천천히, 천천히 부른다
|
메인홈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