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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폐청산에 목멘 文, 조선시대 떠오른다.


얼마 전에도 수차 언급 한 바 있지만 언론매체에 ‘어쩔 수 없이 듣고,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문재인 대통령’ 얼굴과 목소리만 듣고 봐도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쌓여 제 명(命)에 못 죽을 까봐 겁이 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떻게 할 수 없음에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많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거나 카멜레온 같다는 말은 오랫동안 우리 삶에선 부도덕의 표징으로 여겨져 왔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나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게 우리네 예의나 미덕이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던 말들이다.

그러나 세태는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특히 정치계는 더욱 심하다. 말잔치로 끝나는 그들을 신뢰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집권 3주년에 들어선 현 정권을 조선 시대로 돌려 10계(戒)교서(敎書)를 발표한 한 언론사의 기사가 문득 떠오른다.

△곤궁한 이를 긍휼히 여긴 소득주도 성장을 의구(疑懼)치 말라 △백성의 생명, 안녕을 궁구(窮寇)한 탈(脫)원전도 마찬가지로 의심하지 말라 △친일파와 왜구의 근거인 일본은 끝까지 배척해야 한다 △친일파를 중용한 이승만을 굳이 국조(國祖)로 숭모해선 안 된다 △북조선은 동복(同腹)의 피 붙이니 폄훼와 경계대신 반드시 예를 갖춰 수호해야 한다 △보수는 별의별 보수든 개과천선하지 않겠다는 자들이니 소통을 금하며 그 이단(異端)에 현혹됨을 저지하라 △전대(前代)이명박 폐위(廢位), 박근혜의 누업(累業)과 적폐는 뭐든 청산하라 △시장과 자본, 상인들은 본시 간사(奸邪)하며 무도(無道)하니 늘 총람하고 규율하라 △탕평(蕩平)을 금하며 숱한 척사(斥邪)의 투쟁 속에 이어 온 우리 조정의 순정(純正)한 혈통을 20년 장기 집권으로 보전해야 한다 △참고 기다리면 광정(匡正)된 낙원(!)이 도래 할 터인즉 감히 이외 다른 우상을 섬겨선 안 될지어다 등이 십계교서(十戒敎書)다.
지금껏 그런 교서는 신료들로부터 아무 거부도 없이 충직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실행에 옮겨졌다. 한 때 드루킹 사건으로 역경에 처한 붕당(朋黨)의 영수 이해찬은 “탄핵당한 세력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에게 항명하느냐”며 자유한국당을 준엄하게 꾸짖은 적이 있다. 조선의 언어로 풀어보면 ‘민초들 반란으로 폐위된 임금의 음사(陰邪)한 폐족무리들이 감히 반정(反正)의 역모를 꿈꾸고 있느냐’고 하는 것이다.

과거 정권의 사역자(?)들이 어명에 의해 조직의 명운을 건 의금부. 형조, 포도청의 서슬 퍼렇게 벼린 칼날 아래 가을 낙엽처럼 잘리고 있는 형국이다. 적폐청산이야말로 영속의 교지라는 증표다.

문 대통령의 기해년 3·1절 기념사 친일잔재 청산이라는 서릿발 같은 훈유(訓諭)에 부복을 마친 팔도의 신료들이 총궐기하면서 반대 여론을 모두 사문난적(斯文亂賊·조선의 국기를 문란하게 만든 도적)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며 충동질하고 있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든 문 대통령, 도대체 어떤 창(窓)을 통해 정치를 하는 지 궁금하다. 어찌 보면 검찰이나 북한이나 안보나 경제나 모든 것을 모르는 대통령으로 참모들의 말과 글과 발만 열심히 보고 쫒아 다닌 것 같다. 참모들의 생각을 바꾸기보다는 대통령이 오직 자기 기준에 맞게 한다. 참모들 역시 열심히 반박하고 지적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마음에 맞추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옳은 길이라고 주장하고 최저임금의 과속을 비판하지도 않았으며 펀더멘털과 거시경제는 튼튼하다고 말하고 경제위기론에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문 대통령은 늘 자기를 지적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주군이 듣지도 않는데 목을 걸고 간언할 신료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러니 모두 대통령의 심기대로 가는 것이다.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 수사국(FBI)국장이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이 있다. 그는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료들의 영혼을 먹어치우는 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 “영혼의 잠식은 침묵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코미는 “계속 거기 머물러 트럼프의 언어를 쓰고, 트럼프의 리더십을 칭송하다보면, 마침내 그가 당신의 영혼을 먹어치울 것이다”는 지적으로 글을 갈음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가. 스타일이 다를 뿐 본질은 똑같다. 트럼프가 쉴 새 없이 떠벌이면서 각료와 국민에게 침묵의 동의만을 요구했다면 문 대통령은 듣는 모양새는 갖췄지만 답정너라고 말하는 정도일 뿐이다.

취임 3년을 맞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대통령은 그동안 중소 벤처기업 등 경제계 원로 및 사회원로,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연이어 갖고 의견을 나눴다. 최저임금 동결해달라고 주문하면 길게 보면 인상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라도 해 달라면 보완 하겠다며 두루 뭉실 넘어간다. 또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빈약하다는 말에는 경청하겠다가 전부다.

더 안타까운 것은 곳곳에서 쏟아지는 위기지표는 아랑곳없다는 식으로 우리 경제가 성공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이다. 이 말은 듣기 위한 게 아니라 국민 설득 용쇼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그 맥락이다. 남아일언 중천금도 문 대통령에게는 무색하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환경을 따라가기조차 버거운 시대, 영구적이거나 완벽한 해법은 가능하지도 않은 세상이다. 조변석개, 자주 바꾸고 그 다음 또 바꾸고 카멜레온처럼 변하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까지 공약을 지킨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문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선거 땐 몰랐지만 막상 당선이 되고 보니 도저히 지금은 이런 정책들은 안 될 것 같으니 이해 해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쟁이, 배반자로 지지층에서 낙인찍히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남북문제 등 과제가 많은데 핵심지지 세력이 정면 반대하면 추진 동력을 상실 할 수 우려가 다분하다.

3년간 해봤으면 이젠 알만하지 않는가. 문재인 정권이 집권 한 이후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민소득(GNI)에 견줘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더 오를 것도 없다. 그런데도 양극화는 심해졌고 빈곤층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경제는 뒷걸음치고 일자리는 쪼그라들었다. 심지어는 지금도 아사(餓死)하는 절대빈곤층도 있다.

잘못된 길이라면 뒤로 돌아가야 한다. ‘NO’라고 말하지 않는 측근들은 모두 떠나야 한다. 대통령에게 영혼을 먹힌 신료는 기껏해야 앵무새 노릇밖에 할 수 없다. 하기야 부질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머릿속을 바꿀 수 없을뿐더러 노조와 주사파 출신들을 거역 할 수 없으니 측근들을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자기가 잘해서 지지율이 오른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 당이 잘못해 반사이익을 보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그나마 한국당 덕분에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 세력은 발붙일 곳이 없다.

자극적인 말만 먹히는 세상이 됐다. 욕을 하는 국민들도 어느 틈에 본의 아니게 정치인들의 선동에 휘말려 자기도 모르게 패거리를 형성한다. 임기 절반을 넘기면서도 아직까지 적폐청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보면서 조선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임진왜란 때 명이 원군(援軍)한 은공과 사대를 둘러싼 명·청 교체기의 재조지은(再造之恩)논쟁, 군왕 생모의 죽임을 둘러싼 역사 재소환 등은 숱한 사화와 부관참시로 나라를 수렁에 빠트렸다.

가정은 가능하나 결코 검증은 할 수 없는 대상이 역사다. 살아있는 권력의 역사 재단은 보복의 악순환만 초래 할 뿐이다. 연산군을 보라. 그러고 보니 지금은 A.D 2019년의 개명된 대한민국이란 세상이 아닌가. 오히려 당쟁과 과거사, 예송(禮訟)논쟁으로 허송하던 조선이 일본에 잡아먹힌 냉혹한 현실을 더욱 성찰해 다시는 일본에 먹히지 않도록 앞질러 가길 궁리할 때가 아닌 가 싶다.

공연한 오기로 애꿎은 국민들까지 힘들게 만들지 말고 지금부터는 과거보다 미래로 향한 이런, 류의 새 교서가 반포되길 부질없는 마음으로 상소해 본다. ‘향후 과인은 국정을 탕탕평평의 마음으로 정치를 할 터이니 경들도 무편무당 자세로 임하라’ 촛불 민심이 ‘막돼먹은 정의를 원하지는 않는다. 남은 2년, 나라의 성쇠(盛衰)가 걸린 국민의 영혼마저 먹일까 암울 할 뿐이다.

[목회자, 전, 대기자, 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희신문방송언론정보동문회명예회장


▷등록일 : 2019-08-18 20:06:22     ▷작성자 : ■ SINCE-1999-신문-■ OTOT-오티오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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