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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페미니즘 작가로 호명되기…기쁜 일이죠"


첫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로 승무원 노동자 착취 구조 그려

박민정 작가

박민정 작가[민음사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만 스물네 살(2009년)에 등단해 두 권의 소설집을 내며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을 휩쓴 박민정(33) 작가가 첫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민음사)를 펴냈다.

전작 소설집 '아내들의 학교'로 "지금 한국의 극우주의와 여성혐오를 탐구하는 소설의 최전선에 박민정이 있다"(문학평론가 강지희)는 평을 받은 작가는, 이번 첫 장편에서도 그 전선에서 분투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을 보여준다.

소설은 일상적인 감정노동으로 착취당하는 여성 승무원 이야기를 큰 축으로 한다. 대형 항공사의 5년차 승무원인 '유나'는 승객들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참아야 했고 노조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측에 의해 불륜 스캔들 주인공으로 몰려 끝내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죽는다.

여기에 그녀의 아버지 '정근'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으로 등장한다. 사관학교 출신으로 고위 장성급까지 오를 뻔했으나, 방산 비리를 덮으려 한 사실이 폭로돼 불명예 전역한 그는 구시대 낡은 체제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부하들에게는 물론, 가정에서도 툭하면 폭력을 일삼던 그는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망연해지고, 이 죽음의 배경에 놓인 진실을 찾아가며 자신이 그동안 지녀온 믿음과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지난 2일 전화로 만난 작가는 "승무원의 일반적인 서비스직 이미지의 배면에 있는 노동자로서의 삶에 오랫동안 관심을 두다 첫 장편의 소재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승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들 삶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고충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는데, 승객으로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노동자로서의 고충들이 있더라고요. 또 이들을 자신에게 서비스를 잘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세간의 인식이 불편했어요. 소설 중간에 주인공이 영어교육과를 다니다 교사의 꿈을 접고 승무원으로 진로를 바꾸는 장면이 있는데, 태어날 때부터 서비스직이 아니라 이런저런 꿈을 꾸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설 초반에는 한 남자 승객이 유나에게 '승무원들은 중력 때문에 가슴이 처진다는데 사실이냐'는 말로 성적 수치심을 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유나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따귀를 맞고 반성문까지 쓴다.

"한국에서는 유독 여성 승무원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이미지로 소비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설은 한 사람으로서 삶과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 평면적인 이미지를 떠나 이들 역시 꿈을 꾸고 좌절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거대 항공사의 '갑질' 행태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는 최근 몇 년간 터져 나온 국내 양대 항공사 사주·임원들의 추태와 이를 폭로하며 대규모 집회까지 벌인 조종사·승무원들의 모습과 겹친다.

"초고는 2년 전에 썼기 때문에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보고 쓴 건 아니고 제가 승무원 친구들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를 토대로 쓴 거예요. 같은 팀원들을 감시하게 하는 '엑스맨' 제도라든지 면세품 실적을 공동 책임을 지운다든지 하는 것들이죠. 이런 항공사 문제는 전부터 계속 대두됐는데 '땅콩회황'을 계기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아시아나에서 여성 승무원을 대상으로 어떤 짓을 햇는지 나오는 걸 보면서 터질 게 터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눈물 흘리는 아시아나 승무원

눈물 흘리는 아시아나 승무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7.6

군인 출신으로 보수적이었던 아버지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꾼 딸의 삶과 죽음에 조금씩 다가가는 이야기 구조는 이 소설의 의미를 한층 확장시킨다.

"없어진 사람이 남긴 편지 중 하나만 발견되고 나머지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설정이 중요했고, 누군가 남아서 진실을 추적해야 하는데, 엄마는 그동안 연대해온 사람이니까 살아있을 적에 무관심했던 폭력적인 아버지 입장에서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진실을 알아갈수록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는 아버지처럼 독자들이 어떤 계기로 그동안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던 삶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제 소설이나 발언을 통해 의식이나 성향이 조금씩 바뀌시는 것들을 봤거든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일군의 젊은 여성작가들' 중 하나로 분류되는 것에는 "감사하고 당연한 수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가 원했던 방향이고, 그런 분류 자체가 기쁘죠. 제가 학부(중앙대 문예창작과) 시절에 '여성시'를 배우는 수업이 있었는데, 어떤 기준 없이 생물학적 기준으로만 여성이 쓴 시를 분류한 거였어요. 여성적 자의식을 드러낸 시가 아닌데도 무조건 그렇게 분류됐죠. 실험시, 생태시, 서정시 이 모든 것을 남성시인들로 채우면서 한쪽 자리를 내주듯이 여성시를 분류한 거예요. 또 여성적 글쓰기를 무시한다거나 그것이 힘이 없고 약한 이야기인 것처럼 힐난하기도 했죠. 그런 시절을 문청(문학청년)으로 보냈기 때문에 페미니즘 작가라는 호명이 고무적으로 느껴지고 기쁩니다."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주목받는 기분은 어떤지 물었다.

"제 소설을 그만큼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기뻐요. 아무래도 상을 받으면 좀 더 주목받게 되니까요. 소설가로서 초반에 독자가 없어서 '독자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은 욕을 먹고 비난을 받아도 이것조차 감지덕지일 정도로 독자가 있다는 게 기쁩니다(웃음)."

그는 "앞으로도 여성 서사들을 쓰게 될 것 같다. 이모·고모처럼 나와 떨어져 있지만 친밀한 여성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장편을 몇 편 계약해 놓은 게 있어서 앞으론 주로 장편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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