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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빈의 플랫폼S] '메기'된 獨녹색당, 총선 져도 녹색정치는 승리

[이광빈의 플랫폼S] '메기'된 獨녹색당, 총선 져도 녹색정치는 승리

독일 총선 캠페인 중인 배어복 녹색당 총리 후보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독일에서 녹색당이 오는 26일 치러지는 총선 이후 연립정부에 참여할까.

현재로선 그럴 확률이 높다. 5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차이트 온라인이 자체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 녹색당은 현재 지지율 등을 기반으로 관측된 8개 연정 모델 가운데 6개에 포함됐다.

현재 지지율 1등인 중도진보 사회민주당,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녹색당, 친(親)기업정당인 자유민주당, 좌파당 등 사이에 나오는 조합에서 사민당과 더불어 가장 많이 연정 모델 속에 들어갔다.

지난봄까지만 해도 녹색당은 지지율 선두를 굳건히 하며 총리 배출 가능성을 키웠다. 녹색당의 질주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마침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녹색 경제를 앞세우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바람이 불었다. 곳곳에서 이상 기후에 따른 재난이 이어지며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던 시점이었다.

이후 녹색당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지율은 현재 15% 정도로 사민당, 기민당·기사당 연합에 이어 3위에 그치고 있다. 녹색당이 반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에서 배제되는 게 아니다. 연정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다.

독일 차기 정부 연정 모델 중 하나로 언급되는 좌파연정의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이상 왼쪽부터) 광고판이 나란히 서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의 정치체제는 내각제를 기반으로 한다.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여러 정당이 받아안는 실질적인 다당제가 정착돼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과반 정당이 거의 나오지 않다 보니 연정 체제가 안정적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보통 총선 직후 연정 참여 의사를 보이는 정당들은 협상을 통해 세밀한 정책 방향까지 합의한다. 협상 대상자들은 관철과 양보, 주고받기식 타협 등을 통해 장문의 연정 협상문에 서명한다.

정치 철학이 다른 정당끼리 함께 정부를 꾸리려 하다 보니 협상이 틀어지기도 한다. 연방의회 1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2당인 사민당으로 구성된 현 메르켈 4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도 기민당·기사당 연합, 녹색당, 자유민주당 간 장기간 연정 협상이 깨지기도 했다.

녹색당은 1998년 총선 이후 사민당 주도의 연정에 소수파로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반영된 녹색당의 정책은 현재 독일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봄까지만 해도 파죽지세이던 녹색당의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기후변화 위기감 속에서 총선 이후 녹색당의 연정 참여를 원하는 여론은 상당할 수 있다.

◇ 투표로 이어지지 않는 기후변화 위기감

봄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현상이 더욱 가속했는데도 녹색당의 지지율은 왜 떨어졌을까.

애초 기후 위기는 아직도 대중에게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구체적인 대안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기후 위기 대응 계획에선 일자리 감축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데, 장기적으로 나타날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선거 국면에선 당장의 밥벌이와 관련된 구호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쉽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정서를 세밀하게 살피지 않은 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지갑을 열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면 자칫 역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정부가 탄소세 성격의 유류세를 인상하자 대중의 저항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인상분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기자동차 확산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파리 외곽에서 자가용을 타고 시내로 출퇴근하는 저소득층 시민들이 먼저 불만을 제기했다. 프랑스 정부는 결국 백기를 들고 인상을 유예했다.

파리 센 강변을 행진하는 '노란 조끼' 시위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에서 기후변화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다 보니 기성 정당들이 녹색정치를 기치로 든 점도 녹색당의 차별화 효과를 반감시켰다.

녹색당은 선거 국면에서 기후보호법 제정을 통해 모든 분야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의무화했고, 톤당 최소 40유로의 탄소 가격 도입을 공약했다. 재생에너지 점유율 한도를 폐지해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에 기민당·기사당 연합, 사민당도 탄소 제로 전략을 강화하는 등 앞다퉈 녹색 공약을 내놓았다.

녹색당은 최근 새로운 승부수로 환경부의 권한을 강화해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친환경적이지 않을 경우 이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극심한 피해를 낳은 서부지역 홍수로 지구온난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점을 적극 공략한 공약이다.

그러나 이런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급격하다는 정치적 공격도 받고 있다. 이런 비판은 친환경 투자가 경제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대중의 두려움을 공략한다. 이는 녹색당이 수권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서야 할 난관이다.

앞서 녹색당은 장기적으로 항공기 연료를 통한 대기오염 감소와 철도교통 확충을 위해 국내선을 없애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는데, 이 역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녹색당은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배어복의 출간 저서 표절 논란과 소득 축소 신고 논란으로 타격을 받았다. 이 역시 수권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독일 홍수 피해 현장을 찾은 메르켈 총리(왼쪽 두번째)와 아르민 라셰트 기민당·기사당 총리 후보(왼쪽 세번째) [EPA=연합뉴스]

◇ 기성정당의 녹색당 따라하기

총선을 3주 남긴 시점에서 녹색당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 제1당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녹색당이 지금 수준의 지지율만 총선까지 유지한다면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커진다. 다수파는 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몫을 차지할 수 있다. 몫이 많아지면 정책의 관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녹색당의 선전은 독일 사회의 주요 의제가 난민 대응에서 기후변화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적 전환과 연관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들을 보유한 독일은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 기업 테슬라가 부상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기간 친환경 차로의 전환 정책에서 적극성을 크게 보이지 않았다.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의 업적에 대해 찬사를 받고 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판을 면치 못해왔다.

기업들도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디젤 스캔들'의 여파 및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한 판단 실수 속에서 뒤늦게서야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 녹색당이 탄력을 받자, 다른 정당들도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녹색당이 일종의 '메기 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독일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차기 정부가 메르켈 정부보다 더 진보적인 녹색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lkbin@yna.co.kr #이광빈의플랫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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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09-05 20:57:27     ▷작성자 : ■신문위원회등록-SINCE-1999- OTOT - 오티오티 [신문/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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