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고문치사 보도를 이끌다…남시욱 전 동아 편집국장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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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7년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1964∼1987)군 고문치사 연속 보도를 이끈 남시욱(南時旭)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1일 오후 1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 동아일보 1기 수습기자로 입사했다. 입사 직후인 1962년 이른바 '삼양동 기사 필화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고인이 서울 성북구 삼양동 판자촌에서 63세 노인이 굶주림과 추위로 숨졌다는 기사를 쓴 뒤 북한 방송이 이 사례를 들어 남한 정부를 맹비난하자 정권이 고인을 반공법상 이적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이후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정치부장을 거쳐 1987년 1월1일자로 편집국장이 됐다. 같은달 15일 중앙일보 사회면에 실린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의 박종철군 사망 기사를 본 고인은 추적보도를 지시했고, 당시 고인의 지휘 하에 정구종 사회부장, 송석형 사회부 차장, 장병수 시경 캡, 정동우·황호택·윤상삼(1955∼1999)·황열헌 기자가 박종철군 고문치사 진상을 끈질기게 추적·보도했다. 고인은 '신문과방송' 1997년 8월호에 쓴 글에서 "막상 속보를 계속 써 대니까 정부 당국의 압력은 갈수록 대단했다. 이러다가는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겼다. 생각다 못해 취재담당 부국장인 H씨를 불러 '만약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박군 사건은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정부와 언론이 대립되었을 때 언론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초의 초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만약 언론이 중도에서 굽히면 그것은 언론의 비참한 패배로 끝날 뿐"이라고 회고했다. 2007년 인촌상 수상 당시 "1987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재직 당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보도하면서 정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연속 특종 기사를 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라고 밝혔다. 부친을 따라 언론인(중앙일보 기자·논설위원)으로 활약한 장남 남정호씨는 2020년 한국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 "군사 정권 때 아버지의 기사를 본 한 군인이 집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했다. 온 집안사람들이 대피했었는데 오히려 그 사건을 겪고 더 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고인은 동아일보 논설실장, 상무이사를 거쳐 1995∼1997년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언론학계로 옮겨 고려대와 성균관대, 세종대 등에서 강의하는 한편, '인터넷 시대의 취재와 보도'(2001), '한국 보수세력 연구'(2005), '한국 진보세력 연구'(2009) 등 연구서를 펴냈다. 삼성언론재단 이사,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관훈클럽 총무,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학교법인 태양학원 이사로도 활동했다. 동아대상(1980), 위암 장지연 언론상(1993), 인촌상 언론출판부문(2007), 제1회 자랑스런 편협인상(2023)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김은산(전 홍익대 교수)씨와 2남1녀(남정호<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남은경<고려사이버대 교수>·남제호<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발인 3일 낮 12시, 장지 시안추모공원. ☎ 02-2227-7500 chungwon@yna.co.kr ㅡ[연합뉴스]ㅡ20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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